갈수록 용감해지는 캠핑 장소
하루하루 밴에서 살아가는 날이 늘어날수록 캠핑장소는 점점 과감해졌다. 런던 중부 조그만 마을의 마트 뒷편 주차장과 국도변 쉼터에서 신경이 곤두서는 밤들을 보낸 뒤 우리는 계속해서 Lake District를 향해 운전해 올라갔다. 밴 화장실에 오물이 흘러 넘치고 물탱크가 비어서 쩔쩔 매면서도 우리는 잠잘 장소를 찾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가 가고 싶은 길만 따라 숲 속 흙 길을 가던 중 해가 질 시간도 되었고 마침 아늑한 빈 터가 길 옆에 보여서 처음으로 주차장이 아닌 곳에서 하루 지내기로 했다. 아주 가끔 차가 지나가긴 했지만 그리 신경이 쓰이지 않을 정도였고 날이 어두워지면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외진 숲이였다.

정말로 조용하고 아늑한 밤을 보내고 난 뒤 우리는 Lake District에 가까워질수록 우리가 원하는 장소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완전히 신경이 안쓰이는 것은 아니였지만 밴라이프 초반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였다. 아늑한 호숫가에서 하루를 보내기도 했으며 바람이 몰아치는 계곡에서 잠을 자기도 했고, 프랑스로 넘어가기 전날 밤에는 항구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밥을 해먹고 잠을 잤다.
우리의 밴라이프 경험치는 그렇게 쌓여 파리에서는 샹젤리제 거리 옆 광장에 밴을 주차하고 한 달 가까이 지냈으며 차가 고장 났을 때는 마트들이 모여 있는 주차장에서 2주를 아주 편안하게 보냈다. 이제 우리는 차를 주차하고 사랑이를 산책 시킬수만 있으면 크게 신경쓰지 않고 하루를 보낸다.
부탄 가스 채우기
요리하는걸 좋아해서 밴 안에 꽤나 큰 크기의 부엌을 만들었다. 일반 가정집 보다 더 화력이 좋은, 하지만 가스 효율은 훨씬 높은, 캠핑용 가스렌지도 개조해서 놓았다. 밴에 설치한 부탄과 프로판이 섞인 가스통 덕분에 밴에서 사는 동안 남들 부럽지 않게 밥을 해먹었고, 추운 겨울엔 샤워할 수 있는 따뜻한 물을 끓였다. 하지만 딱 하나 단점이 있었으니 가스통의 용량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었는데, 2.5kg 용량의 가스통은 한 달이면 다 떨어졌고 밴라이프 초반에는 어디서 어떻게 다 쓴 가스통을 가득 채울 수 있는지 몰라 당황했다.

사실 밴을 개조할 당시 근처에 캠핑용품을 파는 상점이 있었고 그곳 주인이 아주 친절하게도 유럽 전역에서 교환이 가능한 가스를 추천해 주어서 구입한 가스통이였다. 유럽은 각 나라마다 가스통의 규격이나 가스 밸브로 이어지는 노즐의 크기나 방식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우리가 영국제 가스통을 살 경우 프랑스에서는 그 가스통을 반납할 수도, 교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가스가 다 떨어진건 프랑스의 칼레 지역 근처에 있을 때였다. 가스가 다 떨어지면 가스 스테이션 같은 곳에 가서 자동차에 기름을 넣듯이 가스통을 채우면 되는줄만 알았다. 실제로 LPG 차량에 가스를 채울 수 있는 가스 스테이션들은 종종 있었지만 그 곳에서는 가스통을 채워주지 않았다. 주유소나 DIY 숍에서 가스통을 판매를 하고 있었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는 없었다. 영어를 못하는 프랑스 DIY 숍 직원과 손짓 발짓을 해가며 물으니 마트에서 살 수 있다는걸 알려주었다. 반신반의 하며 찾아간 프랑스의 큰 마트에서는 캠핑장비들을 매장 내에서 팔고 있었고, 우리가 산 특정 브랜드의 캠핑용 부탄 + 프로판 가스통은 다 쓴 가스통을 들고 매장으로 들어가 가득 찬 가스통을 가지고 계산대로 가면 다 쓴 가스통을 가져가고 새 가스통은 할인된 가격에 주었다. 가스통 자체가 보증금이였고 그걸고 교환을 하는 것이었다.
그 뒤로는 나라마다 판매하는 곳이나 교환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랐을 뿐 어렵지 않게 가스를 구할 수 있었다.
Service Area
흔히 유럽에서 캠핑카에 쓸 물을 받거나 다 쓴 물을 버리는 곳을 Service Area 라고 부른다. 우리가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낸 프랑스에서는 Aires de Service 라고 하는데 보통 1~2 유로의 동전을 넣거나 근처 리셉션에서 특별한 코인으로 바꿔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공짜로 쓸 수 있는 곳도 많다.
맨 처음 이런 곳에서 물을 받았던 건 프랑스 시골 어느 주유소 유료 서비스존이였다. 그때 까지만 해도 우린 공짜로 물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을만한 경험도 여유도 없었다. 어디 그 뿐이랴. 어떻게 서비스존을 이용해야 하는지 조차도 몰랐다. 첫 서비스 존에 도착했을 때 우린 싱크대 물과 샤워실 물을 버리고 물통에 새로운 물을 채운 뒤에 화장실까지 비우기로 했다. 안내판에는 1유로를 넣으면 몇 분간 작동한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는데, 가뜩이나 단 돈 1유로 아쉬운 상황에 몇 분 안에 다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몰려오며 머리는 아득해지고 시선은 좁아졌다. 1분은 1초 처럼 흘러 갔고 둘이서 사방팔방 물바다를 만들어가며 물을 버리고 받고나니 장거리를 뛴 사람 마냥 지쳤다.
이제는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밴라이프를 하며 유럽 전역의 서비스 존을 다닌 우리는 이제 어렵지 않게 무료로 물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다니고 있고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필요한 일들을 한다. 서비스 존의 사용 방법이나 위치 등은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르며 계절에 따라서도 서비스 존이 운영을 하지 않는 곳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제 물은 더 이상 우리에게 스트레스가 아니다.
휘발유 넣기
나라마다 주유소를 이용하는 방식이 다르다. 프랑스는 무인 주유소가 꽤나 많은 편인데, 무인 주유소에서 카드로 휘발유를 넣을 경우 먼저 카드를 기계에 넣어야 하며 만원 어치만 주유를 하고 싶어도 일정량 이상의 돈이 있어야만 주유기가 작동한다. 때문에 아주 적은 돈만 카드에 있었던 우리는 무인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게 불가능했다.
게다가 비밀번호 입력이 아닌 사인을 하는 우리나라 카드의 특성상 무인 결제기에서 작동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프랑스 뿐만 아니라 벨기에와 같은 나라에서도 주유를 하기가 힘들었다. 뿐만 아니라 나라에 따라서 저녁에는 주유소가 문을 닫는 곳이 있어서 애를 먹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한번은 주유 경고등이 들어 온 상태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 들어가서 유인 주유소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기름을 넣지 못하고 마트 주차장 한복판에서 시동이 꺼진 적이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가장 싼 주유소를 찾느라 주유 게이지가 바닥을 찍을 때 까지 돌아다니고 있지만 반드시 주중에, 그리고 낮에 기름을 채워놓는다. 물론 우리 둘 다 경고들에 불이 들어왔다고 해서 더 이상 당황하지도 않는다.
돈
차에서 먹고 자는 우리는 숙박비가 들지 않으니 너무나 많은 돈을 아낄 수 있지만 그래도 기름값은 우리의 지출 목록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 않은 우리는 최대한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엄청난 크기의 밴에 최대한 많은 기름을 넣어봤자 겨우 4만원이였다. 다행히도 기름을 많이 먹지 않는 제법 경제적인 밴이였지만 그래도 최대한 기름을 아끼기 위해 기름도 많이 넣지 않고, 가속도 최대한 천천히 했으며, 내리막 길에서는 기어를 중립에 놓은채 활강하듯이 내려왔다. 우리가 여행하면서 소원 중 하나가 돈 걱정 없이 기름을 만땅으로 넣는 것이였고, 계기판에서 연료 경고등이 들어와 있는걸 보지 않는 것일 정도로 아주 적은 양을 넣고 여행을 했다.
밥은 반드시 밴 안에서 해먹었으며 한번 요리를 해서 오래 먹을 수 있는 메뉴 위주로 만들었다. 요리를 하기 위한 물과 가스의 소모량도 고려를 해야 했기 때문에 너무 물이 많이 들어가거나 오래 끓여야 하는 요리는 최대한 자제해야했다.
아껴야 하는 이 모든 것이 처음에는 스트레스였지만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넉넉하게 생활할 수 있는 숙소나 집에 들어가게 되면 실소가 나오게 되었다.
새로운 경험을 위해 간다
여전히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하며 또다른 경험치를 쌓고 있다. 두렵지 않고 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지만 우리는 이런 얘기를 하며 새로운 경험을 위해 뛰어든다.
“일 년 뒤 오늘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꺼야”
유튜브로 알게 되서 블로그 까지 왔습니다. 건강히 한국까지 오시길 기원합니다.
유튜브 영상을 봐주시고 여기서 저희의 이야기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한국까지 무사히 귀환하겠습니다!
저도 유튜브에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재미있게 보고갑니다. 후속을 기대합니다
와!~ 저희 영상과 글 모두를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유튜브로 알게 되서 블로그 까지 왔습니다. 건강히 한국까지 오시길 기원합니다.